신체 접촉 없어도 폭행죄가 될까? 책상을 뒤집어엎은 사건에서 대법원이 폭행을 부정한 이유

[ 핵심 요약 ]

  • 상황: 말다툼 중 화가 나 피해자 앞에서 책상을 뒤집어엎었고, 책상 파편 일부가 피해자에게 튄 경우
  • 쟁점: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은 행위도 폭행죄가 성립하는지
  • 결론: 폭행은 반드시 신체 접촉을 요하지 않지만, 폭행죄의 보호법익은 '신체'의 완전성이므로 단순히 놀라게 하거나 겁을 준 정도로는 폭행이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 작성: 채다은 변호사 (형사전문변호사, 폭행·상해 등 형사사건 다수 수행)

1. 몸에 닿지 않았는데도 폭행일까요?

많은 분들이 상대방의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면 '폭행'이 아니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형법상 폭행죄는 반드시 사람의 신체에 접촉해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바로 앞에서 위협적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행위도 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은 사안에서 폭행을 인정하려면 일정한 요건이 필요합니다. 이 기준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대법원 판결이 있어 소개합니다.

형법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①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2. 사건의 개요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아파트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의 임원으로 함께 활동하던 사이였습니다. 두 사람은 회의록 작성 방식을 두고 다투게 되었고, 감정이 격해진 피고인은 양손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책상을 들어 뒤집어엎었습니다.

피고인은 이 행위로 폭행죄로 기소되었고, 제1심과 항소심 모두 유죄를 인정하였습니다.

[ 항소심이 폭행을 인정한 근거 ]

(1) 거리: 범행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1m가 채 되지 않는 가까운 위치에 있었습니다.
(2) 시선과 경위: 피고인은 말다툼 중 화가 나 책상을 뒤집어엎었고, 당시 피고인의 시선은 피해자를 향해 있었습니다.
(3) 결과: 책상 파편 일부가 피해자에게 튀었고, 갑작스러운 행위로 피해자 등이 상당히 놀라고 위협을 느낀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행위가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3.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

대법원 2023도5440 판결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형법상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사람의 심리적 불안감까지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므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사안에서 사람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폭행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폭행죄의 보호법익이 '신체'의 완전성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해당 행위의 신체지향성 유무와 정도, 그로 인한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위법성의 정도 및 직접성, 행위자와 피해자의 공간적 근접성, 행위의 직접적인 목적과 의도,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행위 당시의 정황, 피해자의 신체에 가하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아울러 참작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도9302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7도21374 판결 등 참조).

핵심은 폭행죄가 보호하는 것은 '신체'이지 '심리적 불안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신체 접촉이 없는 사안에서는 그 행위가 실제로 피해자의 신체를 향한 것이었는지, 신체에 어느 정도의 위험을 주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4. 대법원이 폭행을 부정한 이유

대법원은 피고인이 1m가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말다툼 중 자신의 정면(피고인 기준 12시 방향)으로 책상을 뒤집어엎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이를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책상이 넘어간 방향: 피고인이 책상을 넘어뜨린 방향은 다른 책상으로 가로막혀 있었습니다.
(2) 피해자의 위치: 피해자는 피고인 기준 약 10시 방향, 즉 책상이 넘어간 방향과 다른 위치에 서 있었습니다.
(3) 실질적 위험의 부재: 이러한 위치 관계를 고려하면 피해자의 신체에 실질적인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4) 놀람·겁만으로는 부족: 단순히 피해자를 놀라게 하거나 겁을 주는 정도에 그친 행위는 형법상 폭행으로 볼 수 없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신체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 즉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책상 파편 일부가 피해자에게 튄 것은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하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폭행 사실이나 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폭행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사건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5. 채다은 변호사가 주목하는 부분

이 판결은 '피해자가 놀라고 위협을 느꼈다'는 사정만으로 폭행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신체 접촉이 없는 폭행 사건을 맡으면 다음 사항을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 행위 당시 행위자와 피해자의 정확한 위치와 거리
  • 물건이 던져지거나 넘어간 방향이 피해자를 향했는지
  • 피해자의 신체에 실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 행위의 목적과 의도가 피해자의 신체를 향한 것이었는지
  • CCTV, 현장 사진, 목격자 진술 등 객관적 자료

같은 '책상을 뒤집은 행위'라도 그 방향과 위치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이러한 사실관계를 세밀하게 재구성하여, 수사 단계부터 폭행의 요건이 충족되는지를 다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 몸에 손을 대지 않았으면 폭행죄가 안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폭행은 신체 접촉을 필수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향해 물건을 던지는 등 신체를 향한 유형력 행사가 있다면 접촉이 없어도 폭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무서웠다고 진술하면 폭행이 인정되나요?
A. 피해자가 놀라거나 겁을 먹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폭행이 되지 않습니다. 폭행죄는 신체의 완전성을 보호하는 범죄이므로, 행위가 피해자의 신체를 향했는지와 신체에 대한 위험이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Q. 폭행이 인정되지 않으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나요?
A.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사안에 따라 협박죄나 재물손괴죄 등 다른 범죄의 성립 여부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검토하셔야 합니다.

7. 맺음말

폭행죄는 신체 접촉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을 놀라게 한 모든 행위가 폭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폭행죄의 보호법익이 '신체'의 완전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신체지향성, 공간적 근접성, 행위의 의도와 태양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신체 접촉이 없는 폭행 사건일수록 현장의 위치 관계와 행위의 방향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강조합니다.

● 작성자: 채다은 변호사
폭행·상해·협박·재물손괴 등 형사사건, 수사 단계 대응 및 무죄 변론 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