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현수막을 떼어냈다면 업무방해죄일까? – 재개발 갈등 속 현수막 철거 사건 대법원 판결 정리
채다은 변호사
[ 핵심 요약 ]
상황: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대립 관계에 있던 지주협의회가 주민총회 당일 설치한 '총회 불참 권유' 현수막의 끈을 과도로 잘라 떼어낸 사안
쟁점: 일회적으로 현수막을 설치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에 해당하는지
결론: 대법원은 이러한 현수막 설치는 업무방해죄의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다만 현수막 끈을 자른 행위에 대한 재물손괴죄는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작성: 채다은 변호사 (형사전문변호사, 업무방해·재물손괴 등 형사사건 상담 및 변론)
1.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이었고, 피해자는 지주협의회 회장이었습니다. 추진위원회와 지주협의회는 재개발사업의 시행 방식 등을 두고 견해가 달라 서로 대립하던 관계였습니다.
피해자는 추진위원회가 주민총회를 개최하는 당일, 지주들에게 총회에 참석하지 말 것을 권유하기 위해 지주협의회 명의로 현수막을 설치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이 현수막을 발견하고 과도로 끈을 잘라 떼어냈고, 이로 인해 업무방해죄 및 재물손괴죄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2. 하급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어떻게 달랐을까요?
이 사건은 심급마다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1) 1심: 무죄 (2) 항소심: 현수막 게시를 보호받아야 할 업무로 보아 업무방해죄를 인정하고 벌금 200만 원 선고 (3) 대법원(2025. 9. 11. 선고 2022도1665 판결): 업무방해 부분은 무죄 취지로 원심 파기·환송, 재물손괴 부분은 원심의 유죄 판단 유지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현수막을 떼어낸 행위가 업무방해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업무'란 무엇일까요?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합니다.
직업이나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단순한 의사표현의 일환으로 일회적·일시적으로 현수막 등을 설치하여 사실이나 의견을 알리는 것은 '업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일회적·일시적인 사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계속성을 갖는 본래의 업무수행의 일환이거나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행하여진 것이라면 '업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본래 업무의 종류와 성격, 현수막 설치 시기와 장소, 경위와 목적, 현수막에 기재된 내용과 방해된 업무 사이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이 업무를 통한 사람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보호하는 데 있으므로,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서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반대 입장을 표시하는 것을 방해한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4. 대법원이 이 사건 현수막 설치를 '업무'로 보지 않은 이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1) 현수막의 내용: 현수막에 게재된 글은 지주협의회의 구성이나 운영, 활동, 정비사업 추진 계획 등 지주협의회 본래의 업무를 지주들에게 알리거나 홍보하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2) 설치 경위와 목적: 피해자는 피고인과 갈등 관계에 있었고, 추진위원회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시하면서 관련 행정소송 진행 사실, 검찰 진정서 접수 사실 등을 알리고 주민총회 불참을 권유하기 위해 현수막을 설치하였습니다.
(3) 일회성: 주민총회 개최 일정에 맞추어 일회적으로 설치한 것에 불과하였습니다.
(4) 의사표현의 자유와 '업무'의 구별: 피해자가 지주협의회를 통해 위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어떠한 내용이든 표명할 수 있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추상적·관념적인 권리 또는 권한일 뿐, 그 자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구체적이고 계속적인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사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피해자가 현수막을 통해 지주협의회의 입장을 알리는 것은 '업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지주협의회 입장 홍보 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5. 현수막 철거가 언제나 무죄인 것은 아닙니다
이 판결을 "남의 현수막을 떼어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주의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현수막 설치'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업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현수막 설치가 업무에 해당하는지를 개별 사안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현수막 설치가 일회적·일시적으로 이루어졌더라도, 그것이 계속성을 갖는 본래 업무수행의 일환이었다면 업무방해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단체가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이나 사업을 알리기 위한 현수막이라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 업무방해죄가 무죄여도 재물손괴죄는 별도로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현수막 끈을 자른 행위에 대해서는 재물손괴죄가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형법 제366조(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6. 채다은 변호사의 조언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비대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반대 측 주민, 상가 관리단과 임차인 등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서는 현수막·게시물을 둘러싼 업무방해 고소가 자주 발생합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이러한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안내합니다.
"상대방 현수막이 아무리 부당해 보여도 직접 떼어내지 마세요. 업무방해가 안 되더라도 재물손괴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불법으로 설치된 현수막이라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대로 이미 업무방해죄로 고소를 당한 상황이라면, 상대방의 현수막 설치가 과연 계속적·본래적 업무의 일환이었는지, 아니면 대립 관계에서의 일회적 의견 표명에 불과했는지를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면밀히 다투는 것이 핵심입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현수막의 내용, 설치 시기와 경위, 단체 본래 업무와의 관련성 등을 꼼꼼히 분석하여 방어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설치한 현수막을 떼어내면 무조건 업무방해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대립 관계에서 단순히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 일회적으로 설치한 현수막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현수막의 내용과 목적, 본래 업무와의 관련성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업무방해죄가 무죄라면 아무 처벌도 받지 않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현수막을 훼손하거나 끈을 자르는 등의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재물손괴죄는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Q. 현수막이 한 번만 설치되었다면 항상 '업무'가 아닌가요? A. 아닙니다. 일회적·일시적으로 설치된 현수막이라도 계속성을 갖는 본래 업무수행의 일환이거나 본래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면 '업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8. 맺음말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립 관계에서 이루어진 일회적인 의견 표명까지 업무방해죄로 보호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수막 설치가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사안마다 종합적으로 판단되고,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재물손괴죄는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현수막·게시물을 둘러싼 분쟁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적법한 절차를 이용하고, 이미 형사 절차가 시작되었다면 '업무' 해당 여부를 구체적으로 다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작성자: 채다은 변호사 업무방해·재물손괴, 재개발·재건축 및 단체 내부 갈등 관련 형사사건 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