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에서 '혐의없음'이 확정됐는데도 민사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까? – 대법원 2025다211430 판결(학교폭력·성폭력)

[ 핵심 요약 ]

  • 상황: 수업시간 중 학생 간 의사에 반한 신체접촉이 있었고, 강제추행 혐의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확정되었으나,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 쟁점: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게 된 행위에 대해서도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는지
  • 결론: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증명책임과 증명의 정도가 다르므로, 형사에서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민사책임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형사상 강제추행에 이르지 않더라도 학교폭력예방법상 '성폭력'에 해당하면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 작성: 채다은 변호사 (형사전문변호사, 성범죄·학교폭력 관련 형사 및 민사사건 다수 수행)

1. 형사에서 '혐의없음'이 나왔는데, 민사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A는 수업시간에 같은 반 학생 X의 의사에 반하여 X의 신체를 만지고, X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를 만지게 하였습니다. X는 A를 수사기관에 고소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신체접촉행위에 관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결정을 하였고, 이 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형사상으로는 A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X는 A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은 어떤 관계일까요?

같은 사안을 두고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이 함께 진행되면, 민사사건은 형사사건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형사사건에서 혐의가 인정되어 가해자가 처벌을 받으면, 피해 사실도 형사절차에서 확인됩니다. 이를 근거로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도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형사에서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면, 민사상 손해배상도 인정되지 않는 것일까요?

3. 대법원의 판단 –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별개입니다

이 사건의 항소심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A가 강제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신체접촉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그 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신체접촉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성폭력)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심판결 중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1430 판결).

대법원이 판단 근거로 제시한 법리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형사처벌 대상에 이르지 않아도 '학교폭력(성폭력)'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학교폭력'이라 함은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에 열거된 행위 유형에 한정되지 않고 이와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로서 학생의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성폭력'의 경우 형사상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에 이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그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면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학교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

둘째, 형사에서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민사책임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관련 형사재판에서 고의성 내지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민사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도44 판결,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다117492 판결 등 참조)

형사처벌에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합니다. 민사책임은 이보다 낮은 정도의 증명으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행위가 형사법상 강제추행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학교폭력의 한 유형인 성폭력에는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불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국 형사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사안에 따라 민사상 손해배상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채다은 변호사의 실무상 조언

다만 위 판결이 '형사에서 책임이 부정되어도 민사소송에서 충분한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실무상 다음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 형사상 범죄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 위자료가 상당히 적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 금전적 손해를 입증할 명확한 자료가 없다면 특히 그렇습니다.
  • 소송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예상되는 인용 가능성과 금액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채다은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다음 사항을 의뢰인과 함께 검토합니다.

  • 형사절차에서 확보된 자료
  •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결과
  • 진료기록 등 피해를 입증할 자료
  • 이를 바탕으로 예상되는 인용 가능성과 배상 수준

검토를 마친 뒤 실익이 있는지를 판단하여 진행 여부를 결정합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Q. 가해자가 형사에서 혐의없음 결정을 받았습니다. 민사소송은 의미가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증명의 정도가 다르므로, 형사에서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강제추행에 해당하지 않는 신체접촉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나요?
A. 네. 대법원은 형사처벌 대상에 이르지 않더라도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신체·정신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면 학교폭력예방법상 '성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Q. 형사에서 무죄나 혐의없음이 나온 사건으로 민사소송을 하면 배상액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사안마다 다릅니다. 다만 형사상 범죄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위자료가 적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손해를 입증할 자료를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하므로 사전에 전문가와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6. 맺음말

형사사건에서 '혐의없음'이나 '무죄'가 확정되었다고 해서 민사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5다211430 판결은 다음 두 가지를 분명히 하였습니다.

  • 형사상 강제추행에 이르지 않은 행위도 학교폭력예방법상 성폭력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그러한 행위는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민사소송에서 인정되는 위자료 수준은 입증자료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형사절차와 민사절차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소송의 실익을 충분히 검토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작성자: 채다은 변호사
학교폭력·성범죄 형사사건, 학교폭력 관련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및 대응 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