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서 보낸 성적 비하 문자도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될까? '성적 욕망 목적'에 관한 대법원 판단

[ 핵심 요약 ]

  • 상황: 연인관계가 틀어진 뒤 상대방에게 분노를 느껴, 상대방의 신체를 성적으로 비하·조롱하는 문자메시지를 반복하여 보낸 경우
  • 쟁점: 성관계나 성적 접촉을 원한 것이 아니라 '화가 나서' 보낸 문자라도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인정되는지
  • 결론: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조롱하여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욕망도 '성적 욕망'에 포함되며, 그 욕망이 분노감과 결합되어 있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9775 판결)
  • 작성: 채다은 변호사 (형사전문변호사, 통신매체이용음란·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 다수 수행)

1. "성적인 목적은 없었고, 그냥 화가 나서 보냈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 사건으로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 중 하나입니다. 헤어진 연인, 갈등이 생긴 지인에게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상대방의 외모나 신체를 성적으로 깎아내리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성적으로 흥분하거나 성관계를 원해서 보낸 것은 아니니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의 원심(항소심)도 그와 같은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이후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서 '목적'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2.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어떤 범죄인가요?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 '목적'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이 죄의 보호법익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그림 등을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접하지 않을 권리, 즉 성적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의 보호,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 확립으로 보고 있습니다.

3. 사건의 경위와 대법원의 판단

(1) 사안의 개요

피고인과 피해자는 연인관계였으나 금전 문제로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이후 다시 만나 성관계를 가진 자리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다른 남성과 성적으로 비교하는 말을 하였고, 피고인은 결별을 선언하였습니다.

그 후 피고인은 약 3주 동안 총 22회에 걸쳐 피해자의 신체를 비하하고, 성적인 매력이 없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반복하여 보냈습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다른 남자와 비교당한 것이 생각나 화가 나서 보냈다", "성적인 생각은 들지도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습니다.

(2) 원심 – 무죄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수치심, 불쾌감, 심적 고통을 주려고 문자를 보낸 것일 뿐,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3) 대법원 – 파기환송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 목적의 판단 기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 내용과 태양,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도21389 판결 참조).
  • '성적 욕망'의 범위: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욕망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여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됩니다.
  • 분노와의 결합: 이러한 성적 욕망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과 결합되어 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적인 관계를 원하지는 않았더라도, 다른 남성과 비교당하여 열등한 취급을 받았다는 분노감에 피해자에게 같은 상처를 주고 손상된 자신의 성적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목적으로 문자를 보낸 것이므로,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4. 이 판결이 실무에 주는 의미

이 판결 이후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 "감정이 상해서 보낸 것뿐이다"라는 주장만으로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목적을 부정하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목적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상대방의 신체 부위나 성적 능력·매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비하한 경우
  • 같은 취지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낸 경우
  • 갈등의 원인 자체가 성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었던 경우

반대로 모든 욕설이나 모욕적인 메시지가 곧바로 이 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메시지에 성적인 표현이 일부 포함되어 있더라도, 전체 대화의 맥락과 동기, 표현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성적 욕망과 무관한 단순 분노 표출이나 모욕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합니다.

5. 채다은 변호사의 사건 검토 방식

채다은 변호사는 통신매체이용음란 사건을 맡으면, 문제가 된 메시지 한두 개만 보지 않고 당사자 사이의 전체 대화 내역과 관계의 흐름을 먼저 확인합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요소인 관계,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 내용과 태양, 상대방의 범위를 하나하나 짚어보며 사건을 검토합니다.

"억울하다는 말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 그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는지, 앞뒤 대화가 어땠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보여드려야 합니다."

수사 초기에 "화가 나서 그랬다"고만 진술했다가, 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오히려 성적 욕망 목적을 인정하는 진술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조사 전에 진술 방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목적을 다툴 수 있는 사안인지, 아니면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 회복과 양형에 집중하는 것이 나은 사안인지를 의뢰인과 함께 판단합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 성관계를 원하거나 성적으로 흥분해서 보낸 게 아닌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네. 대법원은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조롱하여 수치심을 주고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욕망도 '성적 욕망'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성행위를 직접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Q. 상대방이 먼저 저를 모욕해서 화가 나 보낸 것인데도 그런가요?
A. 분노감과 결합되어 있더라도 성적 욕망 목적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대방의 선행 행위나 경위는 목적 판단과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는 사정이므로, 대화 내역을 잘 보존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욕설이 섞인 메시지를 보냈는데, 모두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인지, 성적 욕망 목적이 인정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모욕죄나 정보통신망법위반 등 다른 죄가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

7. 맺음말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서 '성적 욕망'은 생각보다 넓게 해석됩니다. 대법원은 상대방을 성적으로 깎아내려 자신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심리도 성적 욕망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그것이 분노에서 비롯되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이러한 사건에서 메시지의 문언만이 아니라 관계와 경위 전체를 살펴 목적 인정 여부를 정확히 다투는 것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강조합니다.

● 작성자: 채다은 변호사
통신매체이용음란, 불법촬영, 정보통신망법위반 등 디지털 성범죄 및 성범죄 수사·재판 대응 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