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 요약 ]
- 상황: 층간소음 다툼 중 상대방의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아파트 단지 내 무단 현수막 게시 장면을 촬영하여 관리주체 구성원들에게 전송한 경우
- 쟁점: 동의 없이 타인을 촬영·전송한 행위가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
- 결론: 초상권 침해 자체를 처벌하는 형사 규정은 없으며, 민사상 손해배상 및 금지청구의 근거가 됩니다. 대법원은 두 촬영 모두 초상권 침해에는 해당하지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다만 촬영 대상이나 유포 방식에 따라 별도의 형사처벌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 작성: 채다은 변호사 (형사전문변호사, 폭행·상해 및 초상권·명예훼손 관련 사건 다수 수행)
1. 초상권이란 무엇이고, 침해하면 처벌받나요?
초상권이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으로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합니다. 이러한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과 달리, 현행 법령상 초상권 침해 자체를 직접 처벌하는 독립적인 형사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초상권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하지만, 이는 민사상 손해배상 및 금지청구의 근거가 될 뿐 형사처벌의 직접적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겠다"는 말을 듣더라도, 초상권 침해만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2. 공개된 장소에서 찍었다고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초상권 침해의 판단 기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그 밖에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해 함부로 촬영되거나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고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이러한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다. 또한 헌법 제10조는 헌법 제17조와 함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데, 개인은 사생활이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않을 소극적인 권리뿐만 아니라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가진다. 그러므로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위 침해는 그것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즉,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했다거나 증거를 모으려는 목적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초상권 침해가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될까요? 대법원이 판단한 두 가지 사안을 살펴보겠습니다.
3. 사안 ① – 층간소음 다툼 중 폭행 장면 촬영
X는 층간소음에 항의하러 온 B와 다툼을 벌이다가 B를 폭행하여 상해를 입혔고, B는 X의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였습니다. X는 이 범행으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B의 촬영이 초상권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당시 층간소음 문제로 감정이 격해져 욕설과 폭력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증거를 수집·보전하고 전후 사정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 이를 촬영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위 촬영행위는 형사절차상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되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폭행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긴박한 상황에서, 형사절차에 쓰일 증거를 남기기 위해 촬영한 것이라면 정당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4. 사안 ② – 아파트 단지 내 무단 현수막 게시 장면 촬영
X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신고하지 않은 현수막을 게시하던 중 입주자 C로부터 제지를 당하자 C에게 욕설을 하였습니다. 부녀회장 B는 X가 말다툼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에게 전송하였고, 이후 관리소장과 동대표 14인에게도 전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촬영 역시 초상권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X가 참아야 하는 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X)가 게시한 현수막의 내용은 관리주체의 아파트 관리방법에 관한 반대의 의사표시로서 자신의 주장을 입주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공적 논의의 장에 나선 사람은 사진 촬영이나 공표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볼 수 있다. 원고에 대한 동영상이 관리주체의 구성원에 해당하는 관리소장과 동대표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전송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의 현수막 게시 장면을 촬영한 것은 행위 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보충성과 상당성 등을 참작할 때 원고가 수인하여야 하는 범위에 속한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전송 범위입니다. 영상이 입주민 전체나 SNS가 아니라 관리주체 구성원에게만 제한적으로 전달되었다는 점이 위법성 판단에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결국 X가 A, B, 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5. 위법성 조각사유란 무엇인가요?
위법성 조각사유란 어떤 행위가 위법한 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그 위법성이 배제되어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사유를 말합니다. 형법은 제20조부터 제24조까지 정당행위, 정당방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을 위법성 조각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판결에서 문제 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이 중 정당행위와 같은 맥락입니다. 법원은 행위의 목적이 정당한지, 그 수단과 방법이 상당한지, 다른 방법이 없었는지(보충성), 긴급한 필요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합니다. 즉, 타인을 무단으로 촬영한 행위라도 이러한 요소들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6. 채다은 변호사의 안내 방식
폭행이나 이웃 간 분쟁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그때 영상을 찍어 두었는데 써도 되나요?", "상대방이 촬영했다고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겠다고 합니다"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이런 경우 다음과 같이 안내합니다.
"증거를 남기기 위한 촬영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찍은 영상을 어디에, 누구에게 보내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수사기관이나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제출하시고, 단체 대화방이나 SNS에는 절대 올리지 마세요."
위 판결에서도 촬영 자체보다 촬영의 필요성·긴급성과 전송 범위의 제한이 위법성 판단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촬영 경위와 영상의 사용 범위를 함께 검토하여, 정당한 증거 수집이 오히려 새로운 분쟁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조력하고 있습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저를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형사처벌을 받나요?
A. 초상권 침해 자체를 처벌하는 형사 규정은 없으므로, 초상권 침해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고, 촬영 대상이나 유포 방식에 따라 다른 법률 위반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 폭행을 당하는 중에 상대방을 촬영했습니다. 손해배상을 해야 하나요?
A. 폭행 등 범죄 상황에서 형사절차의 증거를 남기기 위해 촬영한 것이라면,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상황과 촬영 방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촬영한 영상을 아파트 단체 대화방에 올려도 되나요?
A. 주의가 필요합니다. 위 판결은 관리주체 구성원에게만 제한적으로 전송된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면 초상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고,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 등 형사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8. 초상권 침해가 아니더라도 형사처벌될 수 있는 경우
초상권 침해 자체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촬영 대상이나 촬영물의 사용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은 범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1)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제1항).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경우에도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제2항). 다만 이 규정은 모든 무단 촬영이 아니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의 촬영에 한정되므로, 일상적인 모습의 전신 촬영 등은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5. 10. 22. 선고 2015고단2086 판결).
(2)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초상이 담긴 영상은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서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제2조 제1호 가목). 관리사무소 등 개인정보처리자가 CCTV 영상 등을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제71조 제1호, 제17조 제1항).
(3)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타인의 초상을 이용하여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거짓의 사실을 드러낸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제70조 제1항, 제2항).
(4) 형법상 명예훼손·모욕
초상을 이용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면 형법 제307조, 공연히 모욕하면 형법 제311조에 의해 처벌될 수 있습니다.
9. 맺음말
초상권 침해는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따르는 불법행위입니다. 다만 폭행 장면처럼 형사절차상 증거를 남길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거나, 공적 논의의 장에 나선 사람의 모습을 필요한 범위에서만 제한적으로 전달한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또한 촬영 대상이나 유포 방식에 따라 성폭력처벌법, 개인정보 보호법, 명예훼손 등 별도의 형사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분쟁 상황에서 증거를 남기는 것만큼이나 그 증거를 적법한 범위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작성자: 채다은 변호사
폭행·상해 등 형사사건, 이웃 간 분쟁(층간소음), 초상권 침해·명예훼손·카메라등이용촬영 관련 상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