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심 요약 ]
- 상황: 음주 후 성적 접촉이 있었고,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여 준강간·준강제추행 혐의가 문제 된 경우
- 쟁점: 피해자의 상태가 단순한 '알코올 블랙아웃(기억 손상)'인지, 아니면 '패싱아웃(의식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 결론: 기억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일부 기억하거나 스스로 걸어 다녔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법원은 음주량, CCTV, 목격자 진술, 피고인 진술의 합리성, 사건 전후 정황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 작성: 채다은 변호사 (형사전문변호사, 준강간·준강제추행 등 성범죄 사건 다수 수행)
1. '기억이 없다'는 것과 '의식이 없었다'는 것은 다릅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음주 관련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에서 가장 먼저 다투어지는 부분은 사건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태였는지입니다. 실무에서는 피해자의 상태를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 상태 | 의미 | 법적 평가 |
|---|---|---|
| 알코올 블랙아웃 | 기억을 저장하는 과정만 손상된 상태. 걷고 말하는 등 행동과 의사소통은 가능하나, 이후 기억이 남지 않음 | 심신상실·항거불능이 부정될 수 있음 |
| 패싱아웃 | 알코올의 진정작용으로 잠들거나 의식을 잃은 상태 | 심신상실 인정 |
| 저항력의 현저한 저하 |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니나, 판단 능력과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맞서는 저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 | 항거불능 인정 |
대법원은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동시에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어느 정도 기억하더라도, 음주로 정상적인 판단이나 대처를 하지 못했다면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즉, '기억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순간 정상적으로 판단하고 거부할 수 있는 상태였느냐'가 핵심입니다.
2. 법원은 어떤 사정을 보고 판단할까요?
대법원은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였는지, 패싱아웃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를 판단할 때 다음 사정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1) 음주량, 음주 속도, 경과 시간, 평소 주량
(2)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3) CCTV·목격자를 통해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언동
(4)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5)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6) 피해자의 연령·경험,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정서적 상태
(7) 성적 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한 피고인 진술의 합리성
(8)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
특히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이 의심될 만큼 비정상적인 상태였거나,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블랙아웃이었을 뿐'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3. 피고인에게 '고의'가 있었는지도 따져야 합니다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고인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하였다는 고의도 인정되어야 합니다.
준강간의 고의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위험을 용인하는 의사를 말합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이때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합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몰랐다"고 진술하더라도 그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드러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을 바탕으로 일반인의 관점에서 고의를 추인합니다(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도6008 판결).
4. 실제 판결은 어떻게 갈렸을까요?
가. 유죄로 판단된 사례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원심은 피해자가 건물 2층부터 5층까지 스스로 돌아다녔고, 목격자에게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으며, 겉으로는 크게 취해 보이지 않았다는 증언을 근거로 블랙아웃 가능성을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 피해자가 짧은 시간에 많은 술을 마셔 구토할 정도로 취했고, 일행이나 소지품을 찾을 방법도 알지 못했던 점
- 처음 만난 피고인과 모텔에 가서 무방비 상태로 잠이 든 점
- 인터폰으로 이름을 말한 뒤에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다시 잠들었고, 경찰이 객실에 들어올 때도 옷을 벗은 채 누워 있었던 점
- 피해자가 양치하는 짧은 순간에 스스로 옷을 벗고 잠들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속옷이 피고인 주머니에서 발견된 경위에 대한 설명도 석연치 않은 점
- 두 사람의 관계, 연령 차이, 만나게 된 경위에 비추어 피해자가 성적 관계에 동의했다고 볼 정황이 없는 점
나. 무죄로 판단된 사례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4. 11. 7. 선고 2023고합87 판결
피고인은 회사대표이고, 피해자는 회사 직원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1차, 2차 회식을 하며 약 3~4시간 동안 술을 마셨고, 피해자는 소주 약 1병 반을 마신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텔에 들어가 성관계를 가졌고, 피해자는 약 40분 뒤 피고인을 뿌리치고 모텔을 나갔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브래지어만 입은 채 외투를 걸치고 있었고 속옷은 외투 주머니에서 발견되었으며, 이후 모텔 근처에서 길을 헤매다가 지인의 실종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발견되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상당히 취해 판단능력이 저하되어 있었고, 피고인이 이를 알고 의도적으로 모텔에 데려갔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음주량이 피해자의 평소 주량을 넘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3~4시간에 걸쳐 마신 점을 고려하면 음주량만으로 심신상실·항거불능을 단정하기 어려운 점
- 모텔 CCTV상 피해자가 부축 없이 혼자 걸었고, 성관계 후 객실에서 나와 1층을 내려다본 뒤 다시 들어가는 등 비틀거리거나 넘어지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모텔 직원도 피해자가 "나가요"라고 말하고 나갔을 뿐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진술한 점
- 2차 술집 업주와 직원이 처음에는 피해자가 인사불성이었다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다가 이후 피해자의 요구로 그렇게 작성한 것이라며 번복하였고, 법정에서도 피해자가 비틀거리기는 했으나 인사불성은 아니었으며 지갑을 건네받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진술한 점
- 피해자를 상담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당시 상태를 음주 블랙아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 점
- 피해자 스스로 평소 술에 취해도 겉으로 티가 잘 나지 않고, 기억이 끊긴 상태에서도 무사히 귀가한다고 진술한 점
- 당시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동의했을 리 없다"는 피해자의 추측성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하였다고 보기 부족한 점
| 구분 | 대법원 2018도9781 (유죄 취지 파기) | 여주지원 2023고합87 (무죄) |
|---|---|---|
| 관계 | 처음 만난 사이 | 회사 대표와 직원 |
| 음주 양상 | 짧은 시간 다량 음주, 구토 | 3~4시간 동안 소주 약 1병 반 |
| 객관적 모습 | 무방비 상태로 잠듦, 경찰 진입 시에도 옷 벗은 채 누워 있음 | CCTV상 부축 없이 보행, 직원에게 "나가요"라고 말함 |
| 목격자 진술 | 겉으로 많이 취해 보이지 않았다는 증언 있었으나 배척 | 인사불성은 아니었다는 진술(확인서 번복 포함) |
| 피고인 진술 |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움 | 고의를 인정할 증거 부족 |
| 결론 | 심신상실 상태 인정 여지 충분 | 블랙아웃 가능성, 고의 인정 부족 |
설명하기 쉽도록 유·무죄가 비교적 뚜렷하게 갈린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았지만, 실제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피해자의 상태를 블랙아웃과 패싱아웃, 항거불능으로 명확히 나누기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적지 않은 사건에서 1심의 판단이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뒤집히는 만큼, 사건 초기에 결론을 함부로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사건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과 피해자에게 유리한 사정이 각각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이러한 사건일수록 각 사정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객관적 증거와 판례 법리에 맞추어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강조합니다.
5.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이 아니었다면 무죄일까요? – 불능미수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라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로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실제로는 피해자가 그러한 상태가 아니었던 경우에도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판결).
피고인이 당시 인식한 사정을 기준으로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사실은 블랙아웃 상태였다'는 사정만으로 사건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의 상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함께 다투어집니다.

6. 채다은 변호사가 사건을 검토하는 방식
채다은 변호사는 음주 관련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을 맡으면,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 자료를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하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 CCTV 확보와 분석: 술자리, 이동 경로, 숙박업소 출입 장면에서 피해자의 걸음걸이, 부축 여부, 소지품 관리, 상호 대화 모습을 초 단위로 확인합니다. CCTV는 보존 기간이 짧아 초기에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음주 경위 정리: 술의 종류와 양, 마신 속도, 마지막 잔 이후 경과 시간, 구토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 사건 전후 메시지와 행동: 사건 직전·직후의 문자, 통화, 결제 내역, 이동 기록 등은 당시 의사 표현과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 진술의 합리성 점검: 대법원 판례에서 보듯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은 오히려 고의를 인정하는 간접증거가 됩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진술이 객관적 자료와 어긋나는 부분이 없는지 미리 점검합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이 사건은 '기억이 있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그 시간대에 실제로 어떤 상태였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싸움"이라고 설명합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무조건 준강간이 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기억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을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블랙아웃은 기억 저장만 손상된 상태로, 당시에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사건 전후 정황상 비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준강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가 스스로 걸어 다니고 말도 했다면 무죄인가요?
A.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18도9781 판결에서도 피해자가 스스로 돌아다니고 이름을 말했지만, 다른 정황을 종합하여 심신상실 상태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단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전체 정황이 기준이 됩니다.
Q. 피해자가 실제로는 의식이 있었다면 처벌받지 않나요?
A.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라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려 했다면, 실제 피해자 상태와 관계없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1도9043 판결).
Q. 1심에서 무죄를 받으면 끝난 건가요?
A. 검사가 항소하면 항소심에서 판단이 뒤집힐 수 있습니다. 실제로 1심 무죄가 항소심에서 파기된 사례들이 있으므로, 항소심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합니다.
8. 맺음말
음주 관련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는 사정은 출발점일 뿐, 결론이 아닙니다. 법원은 블랙아웃과 패싱아웃, 항거불능을 구분하면서 음주량, CCTV, 목격자 진술, 진술의 합리성, 사건 전후의 행동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같은 듯 보이는 사건도 객관적 자료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고, 심급에 따라 결론이 뒤집히기도 합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이러한 사건일수록 초기에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고 사건 당시의 상태를 정확히 재구성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강조합니다.
● 작성자: 채다은 변호사
준강간·준강제추행, 음주 관련 성범죄, 성범죄 항소·상고 및 신상정보 등록 관련 형사사건 상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