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16.자 기사
https://www.news1.kr/society/court-prosecution/6321608
핵심 요약
- 대법원은 강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2026. 10. 22. 첫 심리를 진행합니다.
- 쟁점은 강간죄 성립에 필요한 '폭행·협박'의 정도입니다. 1979. 2. 이후 47년간 유지된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기준이 변경될지 주목됩니다.
- 대법원은 이미 2023. 9.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기준을 완화한 바 있습니다.
- 채다은 변호사는 이번 회부를 "구시대적 해석을 정리하고, 피해자 동의를 중시하는 국제적 흐름에 맞추려는 시도"로 평가했습니다.
1.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엇을 판단하는가
이번 사건의 피고인 A 씨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하여 간음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검찰이 상고하여 사건은 2025. 2. 대법원에 접수되었고, 대법원은 이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였습니다.
전원합의체 회부는 대법원이 기존 판례의 변경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번 심리의 핵심은 단순히 A 씨의 유·무죄가 아니라, 강간죄 성립에 필요한 폭행·협박의 수준을 앞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2. 47년간 유지된 강간죄의 '최협의 폭행·협박' 기준
대법원은 1979. 2. 판결에서 강간죄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처음 판시하였고, 이후 같은 취지의 법리를 반복해 왔습니다. 형법학에서는 이를 '최협의(最狹義)의 폭행·협박'이라고 부릅니다.
이후 대법원은 해당 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 범행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법리를 추가하였습니다. 이는 실제 적용에서 기준을 다소 유연하게 만든 것으로 평가되지만,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기본 틀은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3. 선례: 2023년 강제추행죄 기준 변경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법원이 이미 유사한 판례 변경을 단행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3. 9.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사건에서, 1983년 이후 40년간 유지된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기준을 변경하였습니다.
| 구분 | 기존 판례 | 2023. 9. 전원합의체 이후 |
|---|---|---|
|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 |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폭행)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 고지(협박)로 충분 |
| 강간죄의 폭행·협박 |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 | 이번 전원합의체에서 판단 예정 |
강제추행죄 기준이 이미 완화된 만큼, 강간죄에도 같은 방향의 판례 변경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4. 채다은 변호사의 분석: "하급심은 이미 기준을 넓게 보고 있었다"
성범죄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채다은 변호사(법무법인 한중)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원합의체 회부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현행 형법의 강간죄 구성요건과 그에 대한 해석은 '저항이 전혀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으로 인한 강간' 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라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하급심에서는 폭행·협박의 의미를 기존 법리보다 넓게 보고 있었습니다."
채다은 변호사는 이어 대법원의 의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습니다.
"이 같은 구시대적 내용에 대해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해석의 여지를 정리하고, 폭행·협박보다 피해자 동의 여부를 중요하게 보는 국제 사회의 흐름에도 맞추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채다은 변호사의 분석에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실무와 판례 사이의 간극입니다. 일선 하급심 법원은 이미 폭행·협박의 의미를 대법원 기존 법리보다 넓게 해석하고 있었으나, 대법원 판례가 여전히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 사건마다 판단이 엇갈릴 여지가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1심과 2심의 결론이 정반대로 나뉜 것도 이러한 간극을 보여줍니다.
둘째, 국제적 기준과의 정합성입니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해석 기준을 통일하는 동시에,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심에 두는 국제 사회의 흐름을 반영하려 한다는 것이 채다은 변호사의 진단입니다.
5. 멈춰 선 '비동의 강간죄' 입법과 대법원의 역할
이번 전원합의체 판단은 오랜 기간 이어진 '비동의 강간죄' 논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 여성계를 중심으로 폭행·협박이 아닌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강간죄를 판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 유엔 인권기구들도 대한민국에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 중심으로 개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습니다.
-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와 미국 일부 주는 이미 피해자 동의를 중심으로 성폭력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도록 법을 개정하였습니다.
-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었으나, 번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입법이 정체된 상황에서, 대법원이 판례 변경을 통해 강간죄 성립 요건을 실질적으로 완화할지가 이번 전원합의체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입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FAQ)
Q. 강간죄의 폭행·협박 기준이란 무엇입니까?
A. 현재 대법원 판례는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고 봅니다. 이 기준은 1979. 2. 대법원 판결 이후 47년간 유지되어 왔습니다.
Q.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언제 심리합니까?
A. 2026. 10. 22. 첫 심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Q. 강제추행죄 기준은 이미 바뀌었습니까?
A. 네. 대법원은 2023. 9. 전원합의체 판결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 고지만 있으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기준을 변경하였습니다.
Q. 기준이 바뀌면 무엇이 달라집니까?
A. 채다은 변호사에 따르면 하급심은 이미 폭행·협박을 기존 법리보다 넓게 해석해 왔으므로, 대법원의 판례 변경은 엇갈리던 해석을 통일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피해자 동의를 중시하는 국제적 흐름에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Q. 비동의 강간죄는 도입되었습니까?
A. 아직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었으나 모두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