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sa Journal] 2020년 10월호 "변호사가 알려주는 형사사건 이야기" - 채다은 멘산

변호사가 알려주는 형사사건 이야기

안녕하세요,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채다은 멘산입니다.
변호사는 어떤 일이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수행해나가는 직업이지요. 그러나 저는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특히 소송, 그리고 그중에서도 형사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1. 목적에 따라 해야 하는 소송은 달라집니다.

소송에 대해 전혀 모르시는 분들에게 아주 아주 쉽게 설명 드리자면 소송은 크게 민사와 형사로 나뉠 수 있는데, 민사사건은 누군가에게 돈을 달라고 청구하는 것이고, 형사사건은 누군가를 처벌해달라는 것입니다.
법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고, 소송은 안 하는 게 상책이지요. 저는 변호사이지만 상담을 하면 '웬만하면 소송은 하지 마시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다투면서 감정은 더 악화되고 돈까지 들어가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법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다퉈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다투겠다! 법대로 하겠다!'라고 생각이 들었다면 일단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걸 원하는 것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돈을 받아내야겠다는 건지(예 : 5천만 원 내놔) 아니면 상대방이 죄를 지었으니 처벌받게 하는 것인지(예 : 콩밥 먹어라)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것이 소송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단지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났다고 해서 무조건 법적으로 다투며 소송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2. 형사사건은 우리 주변보다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 더 많이 등장하지요.

형사사건을 전문 분야로 하다 보니, 구치소나 유치장에 다닐 일은 일상다반사입니다. 법원은 물론 경찰서, 검찰청도 쉼 없이 다니게 되지요. 평범한 사람이 평생 살면서 경찰서 조사받는 일도 흔치 않은 일일 텐데, 저는 밥 먹고 맨날 다니는 곳이 이렇다 보니 참 독특하고 재밌는 삶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언젠가는 제가 의뢰인과의 약속에 좀 늦은 이유를 설명하느라, "경찰서 갔다 오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였더니, 그 의뢰인께서 "아이고 어쩌다가 경찰서를 다 다녀오셨습니까, 괜찮으십니까."라고 묻더군요. 그냥 제 일인데 아마 저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경찰서에 다녀오나 보다 걱정을 해주신 것이었습니다. 묘한 기분이 들었지요. 법률가가 아닌 분들에게 형사사건이란 현실보다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나와는 먼 얘기로 여겨질 수 있고, 그렇다 보니 경찰서는 자신과는 무관하고 특별한 공간일 테니까요.

3. 형사사건은 아무런 예고 없이, 사고처럼 찾아오기도 합니다.

민사사건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래 묵혀둔 일이 어느 순간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소송이 들어올 것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형사사건은 사고처럼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어 사람과 치고받고 싸웠다거나 충동적으로 법적으로 문제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지요. 고의로 하는 경우는 물론 실수로 저지른 일도 있고요. 갑자기 누군가가 날 고소했다는 전화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형사사건에 휘말리면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 역시 매우 큰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일을 하다가 회사에서 체포되어 구속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으며, 특히 휴대전화를 이용한 범죄들의 혐의가 있다면 주거지나 사무실에서 갑자기 경찰들이 찾아와 휴대전화와 외장하드 등 전자기기를 압수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살면서 내가 경찰조사를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라거나 '우리 애한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저도 변호사가 되기 전에는 형사사건이란 특별한 사람들만이 얽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형사사건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물의 한 번 일으킨 적 없이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찾아올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지요.

4. 만약 형사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면 절대로 혼자 대응하지 마세요.

물론 그런 일이야 없어야겠지만, 갑자기 경찰서에서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면 당황하지 말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조사를 받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끊는 게 최선입니다. '일단 무슨 사건인지 내가 한번 들어봐야겠다'거나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에 내가 이게 될 만한 사건인지 파악부터 해봐야겠다'며 무턱대고 경찰서로 찾아가 조사를 받는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물론 본인에게 불리하게요.

수사에서는 첫 조사 진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사는 아무런 증거나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질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일반인의 경우 수사관이 왜 저런 질문을 하는지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사관의 질문에는 하나도 의미 없는 것이 없지요. 범죄를 성립하는 데 필요한 구성요건이거나 죄질을 판단하는 데 유의미한 질문들을 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그러한 질문에 '나는 죄가 없으니 솔직하게 말하겠다'며 내용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대답을 하게 되면 나중에 그 내용이 하나하나 다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다'거나 '그런 말인지 몰랐다'고 해봤자 진술을 번복하는 꼴밖에 안 되는 것이지요. 진술 번복은 피의자 본인에게 제일 불리한 것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저는 제 진심을 전하고자 늘 "저를 선임하시라는 말이 아니라 그게 누구든 어떤 변호사든 선임해서 꼭 그 변호사랑 같이 가세요"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혹시라도 제가 변호사니까 돈 벌려고 저런 말을 하는 거라는 의심을 지우기 위해서요.

누구든 자신의 일에는 감정이 담기다 보니 사건이 객관적으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저도 꿈속에서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제일 먼저 휴대전화를 열어 아는 변호사 이름부터 훑었을까요. 형사사건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변호사인 저도 제 일이라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부터 드는데, 법률가가 아닌 분들이야 더 설명할 필요도 없지요. 그건 내 인생에 대한 최선의 노력의 일환입니다. 형사사건은 너무나 무서운 것이니까요.

형사사건이란 정말 잔혹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수사를 위해 일단 구속부터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그런 경우 직장도 일상도 모두 잃게 됩니다. 우리와 늘 함께하는 휴대전화조차 만질 수 없게 되지요. 이후 열심히 다퉈서 무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한번 구속된 것이 다시 원상회복될까요? 회사에서 다시 받아줄까요? 가족이 받은 상처가 회복되나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형사사건에 얽히는 것만으로도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죄를 저질러서 그렇다면 얘기가 조금 다르겠지만, 의도하지 않고 행한 어떤 일로 혹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형사사건에 얽히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으니 정말 무서운 일이지요. 간혹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거냐'며 통탄하는 분도 계십니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정말 씁쓸한 일이지요.

따라서 형사사건에 휘말리게 된 경우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길은 일단 좋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변호사를 선임하는 데에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혼자 조사를 받거나 형사사건에 대응하지는 마시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합니다.

5. 마치며

무거운 내용을 어렵게 다루면 다가가기 어려울 거 같아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풀어 쓰고자 노력하였는데 쉽게 읽혔다면 좋겠습니다.

최근 호기심에 해본 일이 중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특히 휴대전화와 관련한 범죄가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지요. 성범죄 관련 사건들도 끊이지 않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멘산분들에게 제 경험을 전하면서 조심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강의를 한다면 참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도저히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언젠가 많은 분들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저에게도 참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저자 채다은 멘산은 변호사로 현재 법률사무소를 운영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