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고소가 불송치됐다고 무고죄? 대법원 "허위 증명이 먼저입니다"

[ 핵심 요약 ]

  • 상황: 성범죄로 고소했지만 경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했고, 이후 고소인이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된 경우
  • 쟁점: 성범죄 고소가 불송치·불기소되거나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무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 결론: 대법원은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하고,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무고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 작성: 채다은 변호사 (형사전문변호사, 성범죄·무고 등 형사사건 수행)

성범죄 고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대방이 곧바로 무고죄로 맞고소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고소인 입장에서는 "내 고소가 불송치되었으니 나는 무고죄가 되는 것인가"라는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성범죄 고소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 무고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는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성범죄 고소가 불송치되자, 고소인이 무고죄로 기소되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소인과 피고소인은 몇 달간 교제한 사이였습니다. 고소인은 피고소인이 약물을 탄 술을 마시게 하여 자신을 항거불능 상태에 빠뜨린 뒤 여러 차례 간음하고, 신체를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반포하였다며 강간과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했고, 검사는 오히려 고소인을 무고죄로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성범죄 고소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무고의 근거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2. 무고죄는 '허위사실'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성립합니다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고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신고한 핵심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한다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대법원도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는 그 신고사실을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84. 1. 24. 선고 83도1401 판결 등).

즉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과 "고소 내용이 허위다"는 것은 서로 다른 판단입니다. 수사기관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송치·불기소 결정을 했더라도 그것만으로 고소인이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불송치가 되었다고 해서 무고죄가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닙니다. 신고 내용의 진실성, 고소인의 인식과 의도, 객관적 증거를 종합해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3. 대법원이 제시한 성범죄 무고 판단 기준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성범죄 신고와 관련한 무고죄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대법원 2026도1865 판결 참조)

(1) 정황의 과장은 무고가 아닙니다.
신고 내용 중 일부가 객관적 진실과 다르더라도, 그것이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한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6. 5. 31. 선고 96도771 판결,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1도2656 판결 등).

(2) '진정한 피해자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처했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 사실이나 신고 경위에 관한 설명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

(3) 불기소·무죄 자체를 무고의 근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
성폭행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그 자체를 무고의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등).

(4)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와 강간죄 성립은 항상 일치하지 않습니다.
현행법상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그래서 원하지 않는 성관계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더라도 형사상 강간죄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그 경계가 늘 명확한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이러한 침해에 착안해 강간으로 신고했다가 불기소나 무죄가 되었더라도 쉽사리 무고로 단정해서는 안 되며, 당사자의 관계, 신고 경위, 증명되지 않은 부분이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판단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4. 채다은 변호사의 안내 방식

성범죄 고소와 무고 사건은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정반대의 입장에서 다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을 오신 분이 어느 쪽이든 먼저 아래와 같이 말씀드립니다.

"강간죄가 인정되느냐와 무고죄가 성립하느냐는 입증해야 할 대상이 다릅니다. 앞의 결론이 뒤의 결론을 자동으로 정해 주지 않습니다."

강간죄 판단에서는 피고소인이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는지가 문제되고, 무고죄 판단에서는 고소인이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임을 알면서 신고했는지가 문제됩니다. 따라서 무고 사건을 검토할 때 저는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합니다.

  • 고소인이 당시 어떤 사실을 경험했다고 인식했는지, 왜 강간이라고 판단해 신고했는지
  • 신고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범죄 성립에 관한 핵심 사실인지, 부수적 설명이나 기억의 차이인지
  • 고소인이 그 부분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 당사자의 관계와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

다만 이것이 허위 고소를 감싸는 논리는 아닙니다. 범죄의 핵심 구성요건에 관한 사실을 알면서도 꾸며 신고했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되고, '과장'이라는 말만으로 중요한 허위 진술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허위 고소로 피해를 입으신 분이라면, 어떤 진술이 핵심 사실에 관한 허위인지를 증거로 짚어내는 것이 대응의 핵심입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Q. 성범죄 고소가 불송치되었습니다. 저는 무고죄로 처벌받게 되나요?
A. 불송치나 불기소 결정만으로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고죄는 신고한 핵심 사실이 허위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므로, 신고 당시의 인식과 경위, 증거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Q. 고소장에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들어갔는데 문제가 되나요?
A. 그 부분이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황의 과장이나 기억의 차이라면 무고죄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범죄의 핵심 사실에 관한 것이고 허위임을 알고 신고했다면 무고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저는 허위로 성범죄 고소를 당했습니다. 무고죄로 고소할 수 없나요?
A. 고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의 고소가 불송치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고소 내용의 핵심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며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구체적인 증거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6. 맺음말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무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범죄 고소가 불송치·불기소로 종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무고를 단정해서는 안 되며, 반대로 허위 고소가 의심되는 경우에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를 토대로 무고죄의 성립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문제 된 진술이 단순한 기억의 차이나 정황의 과장인지, 범죄의 핵심 사실에 관한 허위 신고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성범죄 고소를 준비하고 계시거나 무고 혐의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초기 단계부터 사실관계와 증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무고죄 성립 가능성을 법률적으로 검토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작성: 채다은 변호사 (형사전문변호사, 성범죄·무고 등 형사사건 수행)